며칠 전 경비실 앞을 지나다 경비 아저씨가 "네가 있어 행복해"라는 가사에 맞춰 노래를 부르고 박수치는 모습을 보았다. 경비실에 놓인 작은 텔레비전을 보며, 아저씨는 박수를 치고 혼자 미소를 짓고 있었다. 만사가 시뜻해 시무룩하게 걷던 나는 갑자기 눈물이 핑 돌아 당황했다. 아저씨가 무안해할까봐 못 본 척 얼른 지나갔다. 욕망도 소망도 없이, 자신의 처지에 감사하며 순하게 늙는 일이란 얼마나 귀한 일인가. 좁은 공간에 있으면 답답하고 우울하겠지, 추측했던 내 판단이 틀렸다.
어떤 어른은 나이가 들수록 순해진다. 순한 노인이 된다. 스무살 이후로 나는, 어떤 일을 겪어도 순해지게 해달라고 기도했다. 지금도 그 기도는 끝나지 않았다. 내 꿈은 순한 노인이 되는 것이다.
결국 우리는 사라질 것이다. 영원한 것은 없으니까. 영원이란 '아득하고 쓸쓸하게 사라지는 일'일지도 모른다. 우리와 동시대를 살고 있는 수많은 노인들은 '아직' 죽지 않은 사람들이 아니라, '벌써' 세상을 많이 살아온 사람들이다. 늙는 것은 오래되어가는 것이다. 오래된 것은 귀한 것이고.
(중략) 빛나는 노년은 없다. 제아무리 찬란히 살다 간 영혼이라도 노년은 쓸쓸하고 비루하다. 나는 그게 인생의 그윽함이라 생각한다. 잘못을 하고, 후회를 하고, 뒤척이고, 사라지는 것. 끝은 쓸쓸한 것.
<모월모일> 박연준 산문집 185-186p